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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트럼프, 첫 TV토론 경제·외교·낙태·이민 전방위 격돌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판세를 좌우할 중대 분수령으로 평가되는 첫 TV토론에서 맞붙었다.   두 후보는 10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토론에서 악수를 나눈 뒤 모두발언 없이 곧바로 토론에 들어가 전방위적으로 격돌했다.   사회자가 한 첫 질문은 미국 유권자의 최대 관심사인 경제와 물가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을 중산층을 위한 “유일한 후보”로 내세우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가장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감세”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고의 경제학자들이 검토한 결과라며 “와튼 스쿨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의 계획이 사실 재정적자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와튼 스쿨 출신임을 겨냥한 공격이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는 마르크스주의자”라며 “그녀의 부친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교수이며 그녀를 잘 가르쳤다”고 맞받아쳤다. 자메이카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의 부친은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를 지냈다.   두 후보는 외교, 낙태권, 이민, 에너지 정책 등을 두고도 충돌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기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을 타결시키려고 쉬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안보를 동시에 보장하는 ‘두 국가 해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녀는 이스라엘을 혐오한다”면서 “그녀가 대통령이 되면 이스라엘은 2년 내에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는 독재자들을 존경하고, 취임 첫날 독재자가 되고 싶어한다”면서 ‘러브레터’라고 칭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서들을 주고받은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독재자들과 전제군주들은 당신이 다시 대통령이 되기를 응원하고 있다”며 “그들이 아부와 호의로 당신을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이기기를 바라냐는 질문에 직답을 피하면서 “난 전쟁이 끝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다면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지금 키이우(우크라이나의 수도)에 앉아 있을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를 “점심으로 먹어 치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권에 대해 “지난 52년간 우리나라를 분열시킨 문제”라면서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헌법 권리로 보호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덕분에 모두가 원했던 대로 주(州)별로 낙태 허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통령이 되면 낙태권을 연방정부 차원에서 보호하는 법안에 서명하겠다면서 “자기 몸에 관한 결정을 내릴 자유를 정부가 해서는 안된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몰아세웠다.   해리스 부통령은 의회가 추진했던 국경 강화 법안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대해 부결시킨 것을 언급하고서 “그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문제에서 달아나는 것을 선호한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수백만명의 불법 입국을 허용했다면서 “그녀가 대통령이 되면 이 나라는 성공할 기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스테로이드를 맞은 베네수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이민자들이 주민들의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주장까지 폈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은 정치 평론가들의 예상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평정심을 잃게 하려고 할 의도로 그의 신경을 건드릴만한 공격으로 ‘도발’을 이어갔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참는 듯하다가도 감정을 감추지 못한 채 언성을 높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두고 사실관계를 파악할 능력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난 미국 부통령으로서 세계를 돌았는데 (내가 만난) 세계 정상들은 도널드 트럼프를 비웃고 있다. 난 군사 지도자들과 대화했고, 그들 일부는 당신과 일했는데 당신이 수치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자신에게 ‘중국, 북한, 러시아가 트럼프를 두려워했다’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 관계기사 한국판  김은별 기자해리스 트럼프 해리스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러시아 대통령

2024-09-11

[이슈 진단] 북러 밀착의 후폭풍

2023년 2월 서울에서 유럽 외교관과 점심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국제 정세를 얘기하던 중 그 외교관은 “왜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러시아는 한국의 주요 교역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와 다시 교류를 해야 한다. 한국이 러시아와 적대적 관계가 되면 러시아는 북한과 다시 가까워져 한반도 정세는 훨씬 불안정해진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얼마 전 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외교적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6월19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포함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었다. 북한과의 군사동맹 복원이다. 러시아에 등을 돌리지 않으려는 한국의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북한과 밀착했다.   러시아와 북한은 더욱 활발하게 무기 비밀거래를 할 것이다. 북한으로부터 재래식 무기 지원을 받는 대가로 러시아는 전술핵무기 개발과 ICBM 개발을 지원할 것으로 보이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은 더욱 고도화될 것이 뻔하다.   김정은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라고 선언했다. 협상을 통한 연방제 통일 정책을 폐기하고 핵무력 등 강력한 군사력으로 한반도를 통일하겠다는 선언이다. 북러 밀착이 우려되는 건 김정은의 한반도 무력통일 야욕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북러 밀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북러 정상회담 직후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 로저 위커 의원은 “푸틴의 24년만의 방북은 새로운 안보 현실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과거에 있었던 미국의 핵무기를 해당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 짐 리시 의원도 “동아시아 동맹국들은 중국과 러시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핵무기의 실전 배치를 진행 중인 북한을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은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핵무기를 이 지역에 재배치하기 위한 옵션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커와 리시 의원은 국방부와 국무부의 정책을 감독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군사위와 외교위의 공화당 최고위 인사라는 점에서 이들의 발언이 가지는 무게는 작지 않다.   게다가 지난 6월27일 첫 TV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노쇠한 모습을 보여 사퇴압력을 받고 있어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공화당의 한반도 정책이 더욱 중요해졌다.   미국에서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독자 핵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독자적 핵무장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북한과 러시아가 급속히 밀착하면서 한국의 안보 위기감이 크게 고조됐기 때문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러가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이후 더욱 거세지고 있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려면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독자 핵무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통일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4.6%가 주한미군 주둔보다는 독자 핵무장을 지지했고, 40.1%는 독자 핵무장보다는 주한미군 주둔을 선호했다. 주한미군 주둔보다 독자 핵무장을 선호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6%가 독자 핵무장을 지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는 대신,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북러가 밀착하면서 한국은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독자 핵무장 등 좋든 싫든 불가피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떠밀리고 있다.   이무영 / 뉴미디어 국장이슈 진단 후폭풍 밀착 전술핵무기 개발 러시아 대통령 군사위원회 공화당

2024-07-08

[아메리카 편지] 나발니와 소크라테스

러시아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푸틴 정권의 반정부 리더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2월 16일 갑작스럽게 옥사했다. 지난 20년 동안 반정부 활동을 했던 나발니는 시장 및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 할 때마다 체포되거나 출마 자격을 박탈당했고, 결국 2020년 8월 모스크바행 비행기 안에서 독살될 뻔했다. 당시 베를린의 병원으로 이송됐던 나발니는 체포 및 암살 등의 위험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치료를 마치자마자 제 발로 귀국했다. 자신은 서유럽에서 편히 살면서 러시아 국민에게 푸틴 정권에 대항해 싸우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 역시 정치적인 이유로 고소돼 “청년을 부패시키고 하느님을 믿지 않는 자”라는 죄명으로 사형을 언도받았다. 그가 도주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악법도 법이다”는 신조로 사약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비롯해 기원전 5세기 말의 격동기를 거친 아테네는 친스파르타의 과두제인 30인 정권하에 있었다. 이들은 공포정치를 통해 대립 세력을 숙청했다. 1년 만에 민주정권이 복귀되면서 30인 정권에 관여한 이들 중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문제시됐다.   소크라테스는 “소크라테스보다 더 지혜로운 자는 아무도 없다”는 델포이 신전의 신탁이 잘못됐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당시 지혜롭다고 명성을 얻은 모든 사람과 공개토론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지배층의 미움을 샀다. 소크라테스는 ‘무지의 자각’을 통해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의 현인들은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몰랐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근원적 물음이다. 나발니나, 소크라테스나 자기가 소속한 체제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졌다. 우리의 정치도 이러한 물음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소크라테스 러시아 대통령 대통령 선거 아테네 지배층

2024-03-07

[아메리카 편지] 나발니와 소크라테스

러시아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푸틴 정권의 반정부 리더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2월 16일 갑작스럽게 옥사했다. 지난 20년 동안 반정부 활동을 했던 나발니는 시장 및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 할 때마다 체포되거나 출마 자격을 박탈당했고, 결국 2020년 8월 모스크바행 비행기 안에서 독살될 뻔했다. 당시 베를린의 병원으로 이송됐던 나발니는 체포 및 암살 등의 위험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치료를 마치자마자 제 발로 귀국했다. 자신은 서유럽에서 편히 살면서 러시아 국민에게 푸틴 정권에 대항해 싸우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 역시 정치적인 이유로 고소돼 “청년을 부패시키고 하느님을 믿지 않는 자”라는 죄명으로 사형을 언도받았다. 그가 도주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악법도 법이다”는 신조로 사약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비롯해 기원전 5세기 말의 격동기를 거친 아테네는 친스파르타의 과두제인 30인 정권하에 있었다. 이들은 공포정치를 통해 대립 세력을 숙청했다. 1년 만에 민주정권이 복귀되면서 30인 정권에 관여한 이들 중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문제시됐다.   소크라테스는 “소크라테스보다 더 지혜로운 자는 아무도 없다”는 델포이 신전의 신탁이 잘못됐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당시 지혜롭다고 명성을 얻은 모든 사람과 공개토론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지배층의 미움을 샀다. 소크라테스는 ‘무지의 자각’을 통해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의 현인들은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몰랐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근원적 물음이다. 나발니나, 소크라테스나 자기가 소속한 체제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졌다. 우리의 정치도 이러한 물음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소크라테스 러시아 대통령 대통령 선거 아테네 지배층

2024-03-05

[에버라드 칼럼] 중국의 체면 손상한 김정은의 오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는 북한의 대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라고 선언했다. 이례적인 이 발언이 가져올 파장이 심상치 않다. 러시아가 중국보다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기에 외교적 관점에서 중국의 체면을 구긴 장면이다.   경제적·정치적으로 중국에 크게 의지하고 있는 북한이 불필요하게 중국의 체면을 손상하는 것은 좋지 않다. 더군다나 중국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에 이어 북한 등 동북아 문제를 미국과 논의 중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왜 김정은은 공개적으로 이런 발언을 했을까. 이번 발언으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건 북·러 관계 강화다. 이번 발언은 북한 지도부가 빠져 있는 망상을 여실히 드러낸다.   지난달 말에 열렸던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은 ‘신냉전’이 어떻게 북한에 우호적인 상황인가를 언급했다. 냉전은 불쾌한 기억이지만, 러시아와 중국 모두 북한에 손을 내미는 상황을 교묘하게 잘 이용했던 시기로 북한은 기억한다. 김정은은 아마도 좋았던 냉전시대로 세상이 복귀했다고 여기는 듯하다.   북한이 빠져 있는 또 다른 망상은 북한을 도와줄 러시아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이번 방러에 큰 기대를 걸었다. 지난달 20일 개최한 정치국회의에서 김정은은 “(북·러 관계가) 새로운 전략적 높이에 올라서고 있다”며 큰 기대를 나타냈다.   러시아는 조심스러운 태도다. 푸틴은 기자들에게 “북한 위성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김정은에게는 자폭 드론을 선물했다. 김정은은 러시아 방문 중 다양한 군 시설을 시찰했지만, 러시아는 북한 공군이나 해군 현대화 지원으로 비칠 수 있는 언급은 자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항공기와 함정 엔지니어가 부족한 러시아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북한에 필요한 곡물이나 석유를 러시아가 지원할 수는 있겠지만, 러시아는 중국 수준으로 북한에 재정 지원을 해줄 여력이 없다.   그 반대로 러시아 입장에서 북한에 원한 것은 탄약과 값싼 노동력뿐이다. 북한이 얼마나 많은 포탄을 제공할 의지가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북·러가 주고받는 관계는 비대칭적이다. 북한이 더는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러시아는 지속해서 받기만 바라는 북한에 대한 지원을 거둘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러 관계도 시들해질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에 참석한 김정은은 미국의 지원을 크게 기대하면서 북한이 치러야 할 대가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했고, 하노이 정상회담은 실패했다. 다시 한번 비현실적인 기대를 안고 김정은은 방러했다. 음흉한 푸틴은 김정은의 망상을 단박에 깨지는 않았지만, 서로 기대하는 것이 너무 다른 북·러 관계가 오래갈 수가 없다.   중국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처음엔 냉랭한 침묵으로 대응했던 중국은 지난 9월 23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방중한 한덕수 총리에게 “한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 증진에 힘쓸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방한을 진지하게 고려하겠다”고 직접 언급했다. 북한이 중국을 버리고 러시아와 손을 잡는다면 중국은 한국과 친밀해질 수밖에 없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낸 것이다.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북한 입장에서 국내외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하노이 노딜로 정치적 타격을 입었듯이 러시아에 대한 구애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 명확해 지고 중국이 김정은의 선을 넘는 불복종의 언어에 불쾌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김정은의 위상은 다시 한번 타격을 입을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이 이번에 당한 망신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렸다. 탈북자 색출과 송환 중단 등 중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표출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얼마나 오래 비용을 부담하면서 대북 지원을 지속할지에 달렸다. 미·중간 대화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원 축소는 더 급진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북한이 원하는 대로 신냉전이 도래한다 해도 이번에는 전혀 다른 대치 국면이 예상된다. 북한엔 만만치 않은 세상이 될 것이다. 존 에버라드 /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에버라드 칼럼 중국 김정은 러시아 입장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 방문

2023-10-08

[기고] ‘개전 1년’ 우크라이나 전쟁의 의미

2월 24일! 1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이다. 6월25일이 한국인의 뇌리에 전쟁과 공포의 날로 박힌 것처럼 이날은 우크라이나인과 세계인에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만과 오만의 날로 각인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팬데믹 만큼이나 지구촌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과 변화를 주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개전 1년이 된 요즘 정세가 긴박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폴란드 방문에 앞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브를 깜짝 방문,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대통령을 5시간 동안 만났다. 이 만남은 미국 대통령이 ‘미군이 치안을 담당하지 않은 전쟁 국가를 찾은 전대미문의 방문’으로 현대 역사에 남게 됐다고 한다.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얼마나 계속할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고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지원한다는 미국 정부의 비난이 나온 시점에서의 미 대통령 방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고의 지지 및 격려다.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한다면 세계는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의 네 나라와 미국, 유럽, 아시아의 우방국들이 대결하는 위험한 구도로 재편된다.     작년에 미국은 전쟁, 경제, 인도적 차원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인 1130억 달러를 지원했다. 출발 이틀 전에나 확정된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깜짝 방문에서도 460억 달러의 무기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의 지원 목적은 민주주의의 수호와 우방에 한 약속의 이행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해 러시아의 확장주의 위협에서 벗어나고 싶은 우크라이나의 희망과 광대한 영토와 힘을 가졌던 소련연방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푸틴의 꿈이 부딪친 결과다. 푸틴은 소련연방이 해체된 1991년 이듬해부터 이웃 국가인 조지아와 몰도바를 지원하고 독립을 요구하던 체첸은 강경 진압을 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에 굴복하는 대신 전쟁을 택했다.     이제 푸틴의 위상은 추락했고 외교적 고립에 빠졌다. 러시아군의 잔학 행위와 우크라이나의 인프라 시설들에 퍼붓는 미사일 공격에 대한 비난도 높다. 하지만 푸틴은 국내적으론 권력 강화, 반대파 숙청, 서방의 전쟁 책임론을 주장하며 러시아를 자기 생각대로 주무르고 있다. 돈줄인 원유와 천연가스가 암흑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어서 국민의 지지는 여전하다.   러시아는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전략, 전력 재정비, 그리고 병력 충원으로 ‘봄 대공세(offensive)’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도 질질 끄는 전쟁이 부담스럽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counteroffensive) 지원을 위해 독일산 레오파드 탱크를 비롯해 강력한 첨단 무기들을 수송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의하면, 미국은 “올해가 서방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교착상태를 깰 마지막 기회”라고 우크라이나에 주문했다.   바이든에게 전쟁은 “권위주의에 대항하는 자유에의 투쟁”이다. 푸틴은 전쟁이 “러시아의 존속을 위한 권리”라 한다. 젤린스키는 전쟁으로 21세기 가장 용감한 지도자로 거듭났다.     몇 달의 준비와 결단으로 성사된 깜짝 방문에서 바이든은 작년 2월 24일 밤 러시아의 폭격 소리를 배경으로 젤린스키가 걸어온 첫 번째 통화를 회고했다. “무엇을 원하느냐?”는 바이든의 재차 질문에 젤린스키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부탁해 달라”고 대답했다.     한국은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결기로 민주국가로의 발전이 가능했고, 우크라이나는 바이든의 끈기 덕분에 민주국가 건설에의 꿈을 아직 잃지 않았다. 그 꿈이 빨리 이루어지면 좋겠다. 정 레지나기고 우크라이나 개전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지원 러시아 대통령

2023-02-27

[기고] ‘개전 1년’ 우크라이나 전쟁의 의미

2월 24일! 1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이다. 6월25일이 한국인의 뇌리에 전쟁과 공포의 날로 박힌 것처럼 이날은 우크라이나인과 세계인에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만과 오만의 날로 각인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팬데믹 만큼이나 지구촌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과 변화를 주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개전 1년이 된 요즘 정세가 긴박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폴란드 방문에 앞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브를 깜짝 방문,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대통령을 5시간 동안 만났다. 이 만남은 미국 대통령이 ‘미군이 치안을 담당하지 않은 전쟁 국가를 찾은 전대미문의 방문’으로 현대 역사에 남게 됐다고 한다.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얼마나 계속할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고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지원한다는 미국 정부의 비난이 나온 시점에서의 미 대통령 방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고의 지지 및 격려다.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한다면 세계는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의 네 나라와 미국, 유럽, 아시아의 우방국들이 대결하는 위험한 구도로 재편된다.     작년에 미국은 전쟁, 경제, 인도적 차원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인 1130억 달러를 지원했다. 출발 이틀 전에나 확정된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깜짝 방문에서도 460억 달러의 무기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의 지원 목적은 민주주의의 수호와 우방에 한 약속의 이행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해 러시아의 확장주의 위협에서 벗어나고 싶은 우크라이나의 희망과 광대한 영토와 힘을 가졌던 소련연방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푸틴의 꿈이 부딪친 결과다. 푸틴은 소련연방이 해체된 1991년 이듬해부터 이웃 국가인 조지아와 몰도바를 지원하고 독립을 요구하던 체첸은 강경 진압을 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에 굴복하는 대신 전쟁을 택했다.     이제 푸틴의 위상은 추락했고 외교적 고립에 빠졌다. 러시아군의 잔학 행위와 우크라이나의 인프라 시설들에 퍼붓는 미사일 공격에 대한 비난도 높다. 하지만 푸틴은 국내적으론 권력 강화, 반대파 숙청, 서방의 전쟁 책임론을 주장하며 러시아를 자기 생각대로 주무르고 있다. 돈줄인 원유와 천연가스가 암흑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어서 국민의 지지는 여전하다.   러시아는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전략, 전력 재정비, 그리고 병력 충원으로 ‘봄 대공세(offensive)’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도 질질 끄는 전쟁이 부담스럽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counteroffensive) 지원을 위해 독일산 레오파드 탱크를 비롯해 강력한 첨단 무기들을 수송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의하면, 미국은 “올해가 서방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교착상태를 깰 마지막 기회”라고 우크라이나에 주문했다.   바이든에게 전쟁은 “권위주의에 대항하는 자유에의 투쟁”이다. 푸틴은 전쟁이 “러시아의 존속을 위한 권리”라 한다. 젤린스키는 전쟁으로 21세기 가장 용감한 지도자로 거듭났다.     몇 달의 준비와 결단으로 성사된 깜짝 방문에서 바이든은 작년 2월 24일 밤 러시아의 폭격 소리를 배경으로 젤린스키가 걸어온 첫 번째 통화를 회고했다. “무엇을 원하느냐?”는 바이든의 재차 질문에 젤린스키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부탁해 달라”고 대답했다.     한국은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결기로 민주국가로의 발전이 가능했고, 우크라이나는 바이든의 끈기 덕분에 민주국가 건설에의 꿈을 아직 잃지 않았다. 그 꿈이 빨리 이루어지면 좋겠다. 정 레지나기고 우크라이나 개전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지원 러시아 대통령

2023-02-24

[시론] 푸틴이 이기든 지든 북한은 더 힘들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엔 매우 나쁜 뉴스다. 이 전쟁이 중국에 끼친 영향 때문이다.   중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아니었으면 진작 붕괴했을 북한의 대중 의존도는 팬데믹 이후 더 심해졌고, 북한은 중국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중국은 연말 제20차 중국공산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3연임 확정이라는 정치적 이벤트를 방해하는 일은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관계를 돈독히 해왔다. 푸틴이 전쟁에서 지면 시 주석의 권위는 정세 오판에 대한 비난과 함께 손상을 입게 된다. 특히 대가를 치르고 러시아를 지원한 경우라면 충격은 더 클 것이다. 시 주석은 전인대를 상대로 자신의 3연임을 설득해야 한다. 코로나도 재확산하고 있다.   이런 국내 정치적 이슈로 중국의 북한에 대한 관심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일대일로(一?一路) 정책 등을 통해 외교를 공세적으로 확장해온 시진핑은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5차례나 만났다. 그러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런 고예산 외교를 중국 최고 지도부가 얼마나 지지할지 미지수다.   푸틴이 전쟁에서 이긴다면 그것은 오직 중국의 막대한 원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푸틴이 시 주석에게 군수품, 전투식량 같은 기본 물자를 요청했다는 사실은 그가 장기전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여서다. 지난 18일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모호한 입장만을 고수했지만, 다음 두 가지는 명확하다.     하나는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면 막대한 지정학적 대가를 치른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서방 세계 등과 관계가 나쁜 편이고 현재 전 세계가 러시아의 침공에 치를 떨고 있다.   다음은 중국이 지정학적 자산을 만회하기 위해 절박한 러시아를 향해 눈물 나게 비싼 대가를 요구할 것이란 점이다. 러시아산 석유·가스를 공짜로, 혹은 싼값에 보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을 중국 영향력 아래로 넘기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러시아로선 우크라이나를 얻으려 구소련에 속했던 중앙아 국가들을 포기하는 역설적 상황이 된다) 러시아가 사실상의 중국 의존국이 될 수도 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러시아가 중국에 치를 대가도 더 커진다.   중국이 막대한 외교적 역량과 장기 원조 예산을 중앙아시아에 투입하면 중국의 접경 국가로 혜택을 받아온 북한으로선 설상가상 상황이 된다.   그렇다고 중국이 북한을 포기한다는 건 아니다. 정치적 동맹으로, 대미 관계 체스판의 말로, 낙후한 동북 지역의 무역 상대국으로 북한은 여전히 중국에 유용하다. 그러나 상대적 중요성은 떨어지게 된다.   중국이 새로운 외교로 바빠지면 북한의 원조나 지원 요청엔 소홀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중국의 비위를 맞추는 입장으로 바뀌면서 두 나라를 견제시켜 실속을 차리는 북한의 전략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하든 승리하든 중국의 대북 외교 노력 및 원조는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한의 탈출구는 더 좁아졌다. 심각한 경제난에 처한 북한 정권이 생존을 위해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지만, 푸틴의 침공 이후 워싱턴은 민족주의 독재자들과의 평화로운 협력에 대한 기대를 급격하게 낮추는 분위기다.   미국이 푸틴을 더 일찍, 더 강경하게 대했어야 한다는 의원들도 있다. 같은 논리가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혹시 북한이 한국에 대한 군사적 공격으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라면 우크라이나 상황을 보아야만 한다. 존 에버라드 / 전 평양주재 영국대사시론 푸틴 북한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산 석유

2022-03-27

[시론] 우크라 사태와 민주국가 연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명분 없는 잔혹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강국들을 향해 우크라이나를 도우라는 목소리가 높다. 강자 편에 설 것인가, 정의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지정학상 무관한 일이길 바라며 미적대고 눈치를 볼 것인가. 문재인 정부의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순진한 희망과 전략적 모호성에 대한 집착은 이제 밀물에 쓸린 모래성이 될 것인바, 한국의 새 정부는 새롭게 직면할 다음 네 가지 현실에 바탕을 둬 정책을 강구해야 할 듯하다.   첫째, 중·러 관계의 견고성이다. 일부 중국 학자들은 중국 정부도 러시아의 침공에 당혹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 전 푸틴과 시진핑은 온종일 서구에 대한 대처를 놓고 전략 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앞서 29차례 농밀한 회담 뒤 무한한(no limit) 양국 관계를 담은 공동성명을 냈다.     둘은 강력한 이념적 기반과 내부 불만에 대한 두려움, 민주주의 진영 및 미 동맹국에 대한 경멸로 결속돼 있다. 중국이 중재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지만, 결국 중국은 나토 확장 중단 등 러시아 측 요구만 전달할 것이다. 러시아 편 일색인 관영 매체 보도가 바로 중국 지도부의 입장이다. 푸틴의 침공이 실패하지 않도록, 또 중국 혼자 서방에 맞서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세컨더리 보이콧’(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기업 등에 대한 제재)을 안 받는 선에서 중국은 어떤 행동이든 할 것으로 백악관은 예상한다. 중국에 러시아는 전략적으로 북한보다 더 중요하다.   둘째, 중국이 이럴수록 미국, 유럽, 아시아의 주요 민주 국가들과의 마찰은 더 커진다는 점이다. 중국의 암묵적인 푸틴 지지는, 독재와 민주 체제 간 전선이 커지고 있다는 바이든의 주장을 더 타당하게 할 뿐이다. 지금은 추축국과 연합군이 2차 세계대전을 향해 싸워가던 1940년이 아니긴 하지만, 미·중 갈등은 어쨌거나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독재 정권들의 움직임이다. 북한과 미얀마는 재빨리 푸틴 편에 서서 나토와 미국을 비난했는데, 러시아가 전례 없는 경제 제재를 받게 된 상황에서 중국, 러시아가 자신들을 더 지원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지정학적 변화의 시기를 틈타 북한은 탄도미사일 실험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일부 인사들은 러시아,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 내내 한 번도 먹히지 않은 발상이다. 효과도 없을뿐더러 한국 입장에도 손해만 입힐 것이다.   넷째,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 강화다. 바이든 행정부는 나토 및 아시아 동맹국의 협력을 끌어내 푸틴을 압박함으로써 찬사를 받고 있다. 최근 백악관 특사로 대만에 갔을 때 차이잉원 정부는 이런 국제적 협력이 대만 안보에 직결됨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북한 도발을 억지하고 언젠가 도래할 북한 재건을 위해선 국제적 지원과 결의가 필수적이다. 한국 정부는 민주 국가 간의 전례 없는 협력을 부채나 골칫거리로 보지 말고 전략적 자산으로 여겨야 한다.   이런 지정학적 지각 변동의 중요성을 한국이 간과하는 것 같다. 일반 시민의 연대 및 지지와 달리 청와대의 태도는 모호하다. 독일·호주 수준의 적극적인 러시아 제재나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를 하지 않고 있다. 대선 후보들도, 문재인 대통령도 1950년 한국전쟁 때 약소국조차 대한민국 편에 섰듯 이제는 어떤 나라보다 한국이 우크라이나 국민 편에 설 차례라고 당당히 선언했어야 한다.   현 정부 5년, 한국은 민주 국가들의 결속 흐름에서 떨어져 있었다. 새 정부는 그간 한국이 보여온 전략적 모호성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마이클 그린 /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시론 민주국가 우크라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 대통령 두려움 민주주의

2022-03-13

[독자 마당] 독재와 민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과거의 소련 연방 재건을 꿈꾸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예상치 못한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핵무기 보복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푸틴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 결국 푸틴과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전세계의 민주국가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고립될 것이다.   중국 주석 시진핑은 신장 위구르 인권문제로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세계로부터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 당했다. 또 불공정한 심판 판정으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겨우 대회를 치렀지만 중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곱지가 않다.     터키 대통령 레제프 에르도안은 정권유지를 위한 극심한 인권탄압과 부정부패로 EU 가입이 거부 당했다. 러시아의 무기를 구입해 미국의 미움을 받게 되자 이제는 푸틴에 접근해 중국의 껄끄러운 이웃이 됐다. 6.25 전쟁 때 유엔군으로 우리를 도와줬던 터키는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지만 에르도안의 불법권력 장악, 언론 탄압 등으로 국민이 신음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은 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3대 세습 왕조로 북한을 지배하고 있다. 6.25 전쟁의 혈맹인 중국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8.15 해방 후 북한에 주둔해 조선인민공화국 수립과 침략군 창설에 도움을 준 러시아와도 끊을 수 없는 관계다.   러시아, 중국, 북한이 모두 공산주의 국가들이다. 이들 공산주의 국가의 민주화는 당분간 어렵겠지만 국민의 끈질긴 저항으로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개인의 총기 소유 허용 등 지나친 자유와 자본주의의 폐단인 소득불균형으로 극심한 빈부격차 등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미국의 민주주의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자유도 좋고 자본주의도 좋지만 앞으로는 수정 민주주의, 수정 자본주의가 채택돼 모든 국민이 잘사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   김영훈·자유기고가독자 마당 독재 민주 수정 민주주의 러시아 대통령 공산주의 국가

20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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